캐나다가 오는 7월 1일 건국 150주년 생일을 맞이합니다.
연방창설(confederation)을 기준으로 생일을 정했는데요. 개인으로는 이민 25주년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해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캐나다 역사 얘기,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캐나다 최초 인종폭동 얘기를 해보죠.
인종폭동 얘기 전에 알아둘 배경으로 제국 충성파(United Empire Loyalist)란 용어가 있습니다. 이하 충성파.
영국에 충성하는 충성파는 1775년 미국 독립전쟁이 막 불 붙었을때, 북미 13개 식민지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약 25만명 정도 였다고 합니다. 독립전쟁이 시작되면서 남쪽에 있던 충성파 7만명이 피난을 시작했고, 이중 5만명이 퀘벡주와 노바스코샤주로 피난을 왔다고 합니다.
이들에 대해서 영국정부는 처음에는 묘책. 나중에는 망책을 하나 내는데, 땅을 나눠주기 시작한 거죠. 초반에는 충성파를 끌어 모으고, 또 생활 기반을 버리고 빠져나온 이들을 위로하는데 효과적 이었습니다. 땅은 곧 경제 기반이기에…
그러나 문제는 개간이 필요한 지역보다는 아무래도 이미 마을이 조성된 곳 인기가 좋았던 겁니다. 즉 어느 정도 재배가 가능한 증명된 땅. 당시 농사 가능 여부는 사느냐 죽느냐 조건이기도 했으니 당연하죠.
결국 독립전쟁 후에 영국군에서 제대한 충성파가 크게 늘어나면서 땅 나눠주기 속도가 상당히 느려집니다. 초반에는 막 나눠주다가 후반에는 추첨식으로 바뀌는 등 행정 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충성파 중에는 소수의 흑인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대부분 노예 출신이지만, 독립전쟁을 치르면서 영국에게 자유를 보장 받은 사람들입니다. 자유는 좋지만, 캐나다에는 미국 남부같은 장원도 없으니, 게다가 퀘벡민 같은 기존 인력이 농업에 종사하는 마당에 노예 유지는 별의미가 없었던 거죠. 오히려 일은 없고 밥값만 드니 손해. 그래서 풀어줬던 겁니다.
이러한 흑인에게는 땅 나눠주기가 빨리 진행됐는데, 이유인즉슨 기존 마을에서 6km 이상 멀리 떨어진 지역에, 즉 미개발지에, 백인에게 주는 것보다 작고 척박한 땅을 줬는데도 이들은 그걸 받아들인 겁니다. 게다가 이들은 저임금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합니다. 결국 백인과 경제적 기회를 놓고 다투는 위치에 서게 되죠.
특히 노바스코샤주 셸번(Shelburne)이란 마을은 1783년 개간돼 흑인이 20가정 정도 백인과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흑인이 사는 '꼴'을 땅을 기다리던 백인이 못봐주겠다며 1784년 봄, 캐나다 최초 인종 차별 폭동인 셸번폭동(Shelburne Riots)을 일으킵니다.
흑인 집을 습격하고 약탈해, 결국 그 동네 흑인 집이 모두 불타버립니다. 그 동네 살던 흑인은 셸반에서 7km 떨어진 버치타운(Birchtown)이란 흑인 밀집촌으로 피신하죠. 백인들은 흑인을 몰아내자며 결집하고, 버치타운 흑인은 대부분 독립전쟁 군경력이 있어서 결사 항전을 다지는데, 영국군이 뒤늦게 버치타운에 도착하면서야 폭동이 끝납니다.
이 인종폭동 결말은 조금 씁쓸합니다. 결국, 셸번은 쫄딱 망해 버립니다. 그렇게 다툰 땅은 너무 척박해서 버려졌습니다. 또 다른 경제의 한 축 이었던 포경, 고래사냥도 망하면서 마을은 망하죠. 결국 흑인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결국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떠납니다.
이러한 사연은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 2015년 제작한 드라마 'The Books of Negroes'에서 잘 다뤄졌습니다. 캐나다 작가 로렌스 힐(Lawrence Hill) 원작인 동명의 소설은 2007년에 캐나다에서 베스트셀러였답니다. 북스오브 니그로가 뭐냐하면, 명단집입니다. 독립전쟁 당시 영국령으로 빠져나와 자유를 찾은 흑인 3000명의 명단.
이 폭동의 교훈은 현재에도 작용합니다.
안정적으로 생활할 기회가 제한되고, 사람들이 희망을 잃게되면, 결국 소수에 대한 폭력이 등장한다는 점은 현재도 반복됩니다.
한편으로 캐나다가 왜 최저임금과 근로 기준 규정을 꼭 지키도록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게 무너지면, 사회적 위화감으로 결국 인종 폭동 근원이 되거든요. 유사 사례는 또 있습니다. 그것도 밴쿠버에서… 다음 기회에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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